7월 말 ~ 8월 초 증시 폭락을 초래했던 불안 요인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었다.
미국의 침체 불안, 연준의 늑장 대응 가능성,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AI 수익성 우려 등 여러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잭슨홀 미팅은 이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했다.
잭슨 홀 연설, 통화정책 변화 시사
잭슨 홀 연설을 통해 미 연준의 통화정책 우선 순위가 마침내 물가안정에서 고용으로 전환되었다.
파월의장은 잭슨 홀 연설에서 ‘연준이 경제에서 마지막 남은 인플레이션을 쥐어 짜내려고 더 많은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용인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히혔다.
추가로 이제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되었다.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속도가 중요
오히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금리인하 속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즉, 파월의장이 빅컷(50bp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번 잭슨 홀 연설이 물가보다는 고용에 방점을 둔 상황에서 파월의장은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라고 발언하는 등 고용시장 냉각에 신속히 대응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에서는 연준 인사들이 25bp 금리인하를 예상하면서 사용하던 ‘점진적(gradual), ‘체계적(Methodical)과 같은 용어를
파월의장이 사용하지 않다는 점에서 빅컷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9월 금리인하 이외의 다양한 시나리오는 파월의장이나 미 연준인사들이 강조하는 경제지표, 특히 고용지표
흐름에 전적으로 달려있어 성급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9월초에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 결과가 빅컷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다만, 빅컷 여부는 좀더 지켜볼 변수이지만 연내 3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잭슨 홀 연설이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완화적이었고 미국 대선 상황도 미 연준의 연속적 금리인하의 부담감을 완화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11월 5일 실시되는 미 대선 결과를 확인하고 11월 FOMC 회의(6~7일) 결과가 발표된다.
미 연준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어 있다고 하지만 미 대선 결과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해리스 후보가 현재의 우위 판세처럼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 연준의 11월 추가 금리인하는 좀더 수월해질 여지가 크다는 생각이다.
즉, 11월 미 대선 결과가 연내 3차례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요약하면 연내 3차례 금리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하며 빅컷 여부는 향후 발표되는 고용지표의 냉각 속도에 달려있다는 판단이다.
잭슨 홀 연설,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
시장 참여자들이 잭슨홀 미팅에서 얻은 수확은 이렇다. 우선 파월 의장은 정책 조정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9월
금리인하를 공식화했다.
사실 이 부분은 얼마전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었으며, 이미 2~3달 전부터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해왔던 부분이었다.
주식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금리를 9월에 내릴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금리인하 여부보다는 금리인하의 성격에 따라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시장이 직면한 문제였다.
예방적 (선제적) 인하 시기인 ‘95년과 ‘99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준의 금리인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사후적 인하였으며 당시
주식시장은 급락을 면치 못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로를 탈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7월 ISM 제조업 PMI, 고용 등 메인 경제지표가 잇따라 쇼크를 기록하면서 그 우려는 점차 커졌다.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질 것 ->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 -> 이번 금리인하도 침체 대응성 인하기 때문에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논리구조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우선 최근의 실업률 상승은 과거 침체처럼 고용이 급감했기 보다는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 등 고용시장의 공급 증가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추가로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냉각을 방지하고자 선제적인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미국 증시 강세 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시장에서도 “금리인하는 사후적인 침체 대응성 인하(증시 악재)”라는 인식에서 “금리 인하는 예방적인 금리인하(증시 호재)”라는 인식으로 다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빅 컷(50bp 인하) 가능할까
지표에 따라 인하 시기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25bp 인하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거나, “점진적인 인하”대신 “체계적인
인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는 향후 예정된 FOMC에서 “50bp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증시에 주입시키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지금처럼 침체 내러티브가 약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50bp 인하를 단행한다는 것은 연준의 정책 대응 지연을 인정하는 격이
되는 것이므로, 증시에 부정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초 발표되는 ISM 제조업 PMI, 고용이 쇼크로 나오지 않는 이상, 현 시점에서는 “미국 경기 소프트랜딩 + 연준의 25bp 예방적 인하”라는 조합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
잭슨 홀 이후, 코스피의 향방은 어디로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의 주인공이기는 했으나, 엔-캐리 청산 이슈와 직결된 BOJ 총재의 발언도 중립 이상의 결과였다.
BOJ 총재는 통화정책 조정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향후 시장의 움직임이 커질 때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라는 식의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8월 이후 투기적 베팅 자금이 엔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시, 추후 엔화 강세 및 엔-캐리 청산은 주식시장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8월 중 시장 불확실성의 핵심 변수들이었던 연준의 정책 실기론, 미국의 침체 가능성, 엔화의 추가적인 초강세로 인한 엔-캐리 대규모 청산 사태 재발 가능성 등은 이번 잭슨홀 미팅을 치르면서 매크로 상 부담을 덜어냈다.
매크로 부담 완화, 코스피 소외 현상 해소할 것
이는 코스피 소외 현상을 해소하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외생 변수의 민감도가 높은 구조적인 특성을 지닌 시장인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크로 불확실성이 잔재해 있는 8월 초 폭락 이후 반등장에서도 여타 증시 대비 반등 탄력이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지난 2주 동안 일 평균 8.9조원대에 불과했으며(vs 올해 평균 거래대금 11.1조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금융 등 주력 업종간에도 순환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에도 수시로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장세에서 소외 현상이 자주 출몰했지만, 이번 잭슨홀 미팅 이후 매크로 부담이 완화됐다는 점은 국내 증시 입장에서도 다행 요소가 될 것이다.

다음 과제, 엔비디아 실적
이제 또 다른 과제이자 2차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엔비디아 실적(현지시간 28일)이라는 변수와 마주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7월 초 이후 데이터 센터 수익성 악화, 블랙웰 출시 지연 등 잇따른 악재를 경험하며 고점대비 30% 가까이 폭락하며 주도주 탈락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 복원에 나서면서 전고점(140.7달러 vs 현재 129.4달러) 부근까지 올라오면서 그 위기는 모면한 상태다.
이번 분기 실적은 1) 해당 기업 주가의 전고점 돌파 여부 뿐만 아니라, 2) AI가 주도주로서 지위를 유지할지, 3)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전반적인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피크아웃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지와도 결부된 이벤트이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엔비디아 실적 역시 2분기 실적 및 가이던스 그 자체보다 시장의 기대치와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반도체 중심으로 전반적인 증시 변동성은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M7실적, 7월 TSMC 실적 등을 통해 AI 사이클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감안 시 AI를 둘러싼 내러티브만 한 차례 더 훼손될 수 있는 것일 뿐, AI 및 반도체 업황의 업 사이클 추세는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준, 침체, 엔-캐리를 둘러싼 불안 요인들을 덜어내면서 하방 경직성이 한층 개선됐다는 점까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엔비디아 실적 쇼크라는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증시 전반에 걸친 가격 조정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제를 증시 대응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전반적인 유동성은 증가 기대
8월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큰 훼손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글로벌 유동성 흐름은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번 파월의장의 잭슨 홀 연설을 계기로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더욱 양호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 이유는 달러화 미 국채 금리 하락에 있다. 지난 2년간 잭슨 홀 미팅 이후 달러화와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45번이나 언급되었던 22년 잭슨 홀 미팅 당시에는 달러화와 국채금리가 동반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한 바 있다.
반면, 빅컷 가능성마저도 열어 둔 이번 파월의장의 잭슨 홀 연설은 달러화 및 미 국채 금리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즉,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 연준뿐만 아니라 ECB 역시 9월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전망이고 여타 주요국 역시 금리인하 사이클에 동참할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여타 국가들의 금리정책 부담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편승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요국 중 유일하게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일본은행의 경우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9월말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와 엔화 추이를 보면서 금리인상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달러화 약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에 기반한 유동성 확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위험자산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랠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